"생분해성 플라스틱도 흡입하면 폐에 오래 남는다."
PLA 미세입자, 경구 섭취보다 호흡기 노출 시 폐에 장기간 잔류…염증과 세포 손상 가능성도 확인친환경 소재로 알려진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미세한 입자 형태로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면 폐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같은 물질이라도 입으로 섭취했을 때보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왔을 때 체내에 훨씬 오래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노출 경로’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진수 박사 연구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락트산(PLA) 미세입자가 몸속에 들어온 뒤 어떻게 이동하고 제거되는지를 추적했다. PLA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 만들 수 있고 특정 환경에서 미생물 등에 의해 분해될 수 있어 식품 포장재와 일회용품, 의료기기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생분해성’이라는 이름이 곧 인체에 들어왔을 때도 쉽게 분해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PLA가 잘 분해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 미생물 활동 등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사성동위원소로 PLA의 이동 경로 추적연구팀은 평균 지름 약 145㎚ 크기의 PLA 입자에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125 (125I)를 표지했다. PLA 입자에 일종의 ‘추적표지’를 붙여 몸속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생쥐에게 입을 통해 투여하거나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도록 한 뒤, SPECT/CT 영상과 장기별 방사능 분석을 이용해 체내 분포를 추적했다. 그 결과 두 집단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입으로 들어간 PLA는 비교적 빠르게 감소한 반면, 호흡기를 통해 들어간 PLA는 폐에 오랫동안 남았다. 특히 폐에 남아 있는 PLA가 처음의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를 계산한 결과, 경구 투여군은 약 10.7시간이었지만 호흡기 투여군은 약 218시간에 달했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간 PLA가 폐에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20배 길었던 셈이다. 혈액을 통한 전신 노출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혈중 누적 노출량은 호흡기 투여군이 경구 투여군보다 약 2.25배 높았으며, 간과 신장, 비장 등 다른 장기에서도 호흡기 노출 후 더 높은 노출 경향이 관찰됐다.

오래 남은 PLA, 폐에서는 염증반응도연구팀은 PLA가 몸에 오래 남는 것이 실제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조사했다. 생쥐를 6주 동안 반복적으로 PLA에 노출시킨 결과, 호흡기를 통해 PLA에 노출된 생쥐의 폐에서는 혈관 주변으로 염증세포가 모이는 현상이 관찰됐다. 반면 PLA를 입으로 투여한 생쥐의 위와 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조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의 폐와 장에서 유래한 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PLA에 노출된 폐 세포에서는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활성산소(ROS)가 더 많이 생성됐고,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구조적 손상도 장 세포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호흡기로 들어온 PLA 입자가 폐에 장기간 머물면서 세포의 노출 시간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산화스트레스와 세포 손상, 염증반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생분해성=인체에서도 빠르게 분해’는 아니다.이번 연구의 중요한 의미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안전성을 단순히 재료의 특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있다. 환경에서 잘 분해되는 물질이라도 인체 내부에서는 분해에 필요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예상보다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다. 특히 미세한 입자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오면 입으로 섭취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체내 분포와 제거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주로 동물실험과 세포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이므로 이를 그대로 사람의 건강 위험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가 곧바로 “PLA가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PLA를 제조하거나 가공하는 작업장처럼 미세입자를 반복적으로 흡입할 가능성이 있는 환경에서는 별도의 안전성 평가가 필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통해 ‘생분해성’이라는 특성이 인체 내에서의 빠른 분해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미세플라스틱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물질의 종류뿐 아니라 입자의 크기와 노출 경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문헌] Shanmugiah J, Kim S, Lee YJ, Lee KE, Hong A, Kim JS. Pulmonary-route-dominant retention and exposure burden of biodegradable PLA microplastics: Radiotracer-based toxicokinetics and development of the TRACE exposure-response framework. J Hazard Mater. 2026 Sep 23;517:14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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